창작물에 대하여2020. 8. 23. 22:55

일반적으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소위 작가지망생들이라면 수도없이 들어온 단어일 것입니다.

 

 

 

"캐릭터와 서사"

 

 

 

 

 

캐릭터는 이야기의 등장인물입니다. 이 캐릭터는 각자 구분되는 고유한 특성을 가집니다.

성별, 나이, 성격등 조금 거시적이고 광범위한 특성부터, 혈액형, 머리카락 색깔, 생일등의

시시콜콜하고 세세한것들도 있지요. 

 

 

 

과거에는 조금 덜 중시되던 개념입니다. 일본에서 오타쿠 타켓의 모에문화가 발달하고,

인터넷의 발달로 온갖 자캐 커뮤들이 쏟아지고 2차 창작이 활성화되면서 근래 강조되는 개념이죠.

 

잘만든 캐릭터는 강력합니다. 강렬하고, 인상깊습니다. 

작가로서 뽑아낼 내용도 많고, 또한 만들기도 쉽습니다. 

만들기 쉽다는 건 매우 편리하죠.

 

 

 

예를 들어 볼까요. 

여러분들이 어떤 만화를 그린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우선 그 만화의 주인공을 정해야 하죠.

만화의 주제에 따라, 내용에 따라,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장 적합한 주인공이 있겠죠.

 

아마 처음에는 대충 모호하고 엉성한 이미지가 그려질겁니다.

 

"당당하고 자신감넘치며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먼치킨"

"피치못할 사정으로 큰 상처를 입었고 세상을 거부하게 된 여자"

"세상만사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교실 맨뒤 창가자리의 남학생"

좀더 흐리멍텅하게는 키크고 잘생겼거나, 작고 뚱뚱하거나, 말랐거나, 근육질이거나.....

 

등등....

 

 

 

 

그 후에는 여기서 살을 조금씩 더 붙여나가겠죠.

 

 

자세한 외모(머리카락, 피부색, 눈색깔, 키, 체형)

성격(내향적,외향적,까칠함,친절함,공격적,방어적)

능력(마법사,검사,변호사,의사,정치가)

 

 

성별 또한 정하게 될것입니다. 캐릭터에게 성별은 꽤나 중요한 개념이죠.

당장 현실에서도 성별에 따라 환경이, 성격이, 행동방식이 달라집니다.

 

 

 

 

 

 

 

 

 

이미 많은수의 작가분들이, 자신이 서사보다 캐릭터를 중요시 여긴다고 생각하고,

또 이야기를 짤때 캐릭터부터 구상하게 됩니다.

 

다만 저는 이걸 조~금 부정적으로 봅니다.

 

 

 

 

 

 

 

작가들 사이에 도는 괴담이 하나 있죠.

 

"캐릭터를 만들어놨더니 얘들이 알아서 이야기를 만들어 주더라"

 

 

 

 

 

전 이 개념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센스가 넘치는 분들은 이게 가능할지 몰라도.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게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제 사견으로는, 에피소드 형식이나 단편에서는 괜찮아도,

 

센스가 좋은 분들조차 장편에서는,

특히 엔딩부분에 가서는 스토리는 물론

캐릭터조차 붕괴되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여러분이 어떤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칩시다. 

이 캐릭터는 장난기가 아주 많습니다. 

 

그 장난기를 어떻게 표현할까요? 

구구절절 설명할까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아닙니다. 좋은작가라면 보여줘야죠.

설명은 하수의 방식입니다. 

 

"이 캐릭터가 어떠한 상황에 놓였을때"

"다른캐릭터들과 달리"

"유쾌하고 장난기 많게 행동할때"

 

이 캐릭터가 장난기 많은 성격이라는 것을 독자가 알수있게 됩니다.

 

그리고, 눈치채신분도 계실텐데, 이건 캐릭터의 영역이 아닙니다.

 

 

이건 사건이고, 플롯입니다. 이야기를 짜는 능력이 있어야 하죠. 

캐릭터의 정 반대편 대척점에 서있는 서사의 영역입니다.

 

 

어두운 성격의 캐릭터를 표현하려면

어두운 사건속에 그 캐릭터를 던져놓고 그 캐릭터의 반응을 보여줘야합니다.

대조적으로, 밝은 캐릭터와 대치되는 사건을 만들어서

두 인물의 명암을 보여줄수도 있지만

 

어느쪽이든 캐릭터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서사는 캐릭터보다 조금 더 까다롭고 거시적이고 모호합니다. 

눈에 확 들어오게 매력적이지 않죠.

 

서사가 힘을 발휘하려면 조금 길고 지루한 준비과정이 필요한데,

웹툰, 웹소설 시대에 들어와서 독자들이 보다 짧은 호흡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그덕분에 요즘 작가분들은 서사를 보다 덜 중요시 여깁니다.

 

하지만 사건이 없다면 캐릭터가 존재할수가 없고,

 

서사가 없다면 좋은 결말을 만들수가 없습니다.

 

물론 캐릭터와 서사는 상호보완적이기에,

좋은 캐릭터가 없다면 서사역시 지루해집니다. 매력적이지가 않죠.

 

 

 

 

 

 

 

 

 

 

 

캐릭터에만 치중하면 이야기는 흐름이 없고, 사건의 강약도 없으며

오직 캐릭터간의 티키타카, 등장인물 카드놀이가 되어버립니다.

 

 

창작물이 쉽게 지루해지고, 새로 짤 내용이 없으니까

새 캐릭터를 추가해서 내용을 진행시켜 보기도 하지요.

그러다가 공기되는 캐릭터도 나오고 그렇습니다.

 

 

 

 

캐릭터에 치중하는 분들은 캐릭터의 감정묘사에 극단적으로 집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스토리는 좋은 평가를 못받습니다. 

 

 

독자들한테 지루하다고 내용전개가 느리다고 닦달당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감정묘사는, 

 

"사건이 진행되는 중 어떤 사건을 겪어서 감정변화를 겪은 주인공이"

"그것을 극복하고 사건을 해결해서 이러이러한 변화를 이뤄냈다"

대충 이런겁니다.

 

 

애석하게도, 캐릭터의 감정변화 자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극단적으로 그 캐릭터에 관해 애정이 깊은사람들

 

즉 작가나 열혈 오타쿠들뿐입니다.

 

주로 여덕들이죠.

 

 

 

요즘은 덜하지만, 남성작가분들중 상당수가 서사만을 중요시하는데, 

 

그렇다보니 캐릭터가 도구적으로 소모되고,

외모만 다르지 행동도 성격도 똑같은 복제인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등장인물이 구분도 안가고, 이야기가 평평해지고 기억도 잘 안나고 그렇습니다.

 

저도 옛날에는 그런 경향이 강했고요.

 

 

 

 

 

모든 스토리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사람의 이야기이기에 사람을 묘사하는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캐릭터가 해결할 과제를 위해 서사가 필요합니다.

 

고수가 되고자 한다면 둘 모두를 자유롭게 다룰수 있어야 합니다만,

 

 

 

제 사견으로는 서사를 잘 다루는 사람이 좋은 캐릭터를 만들기는 용이한편이지만,

캐릭터에 기반한 스토리를 만들던사람이 좋은 서사를 만들기는 조금 힘들편인것 같습니다.

 

 

캐릭터 자체는 만들기 쉬운편입니다. 

성별이던, 외모이건, 성격이건, 조금 모순되는 요소 두개를 넣고

최근 유행에 어느정도 민감하다면 손쉽게 창조할수 있는것이 캐릭터입니다.

말그대로 설정의 개념이니까요. 

 

그걸 스토리에 끌고 나오려면은, 표현하기 위해서는 사건이 필요하고,

서사는 조금 더 난이도있고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많이 읽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죠.

 

영웅의 12단계같은것들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지요.

 

캐릭터는 서사로 표현되고,

서사는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Posted by 합리적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