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국내정치2020. 9. 26. 01:31

 

 

 

 

어릴적 나는 매우 극단적인 좌파 지지자였다.

 

 

 

극단적인 좌파 지지자라면 어느 정도냐 궁금할 수 있는데

 

 

대충 한겨레 애독하고, 광우병시위 지지하고, 전의경 폭력 비난하고, 천안함 음모론을 맹신하고 평화통일 지지하고.. 현대 NLPDL 운동권 사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그런 아이였다. 외가는 전라도 출신이었고, 부모님 두분 모두 전형적인 586세대의 가치관을 가지신, 민주당 지지계층이었다. 나는 자연스레 부모님의 정치성향을 따라가게 되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고 구름처럼 흩어진 추상적인 이미지중 몇가지을 부여잡은 것에 지나지 않는, 아주 불안정한 상태였다. 초등학교 3~4학년 시기 처음 정치에 관심을 가지던 그때의 나는 대충 그러한 인간이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이는 아마 내 개인적인 성향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나는 어릴적부터 모든 주장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에 따라 나이가 들면서 일반적인 좌파 성향과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어릴적 한창 한일간의 독도를 둔 해양분쟁이 있었고, 어릴적 부모님 어깨너머로 보던 뉴스에는 연일 독도에 대한 소식이 가득했다. 신문 사설마다 애국심을 고취하는 내용이 가득하고, 어른들은 일본이 나쁜 놈이라며 욕하고..... 

 

그러던중 나는 문득 한가지 궁금해진 것이 있었다. 

 

"독도가 왜 우리땅인가?" 

 

곧장 텔레비전을 들여다보던 부모님에게 질문했지만, 부모님은 이상한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그런말을 하면 큰일난다고 타박할 뿐이었다. 나는 정말로 순수하게 질문했을 뿐인데. 부모님이 어째서 그런말을 하는지 의아스러웠다. 그 당시 어렸던(초등학교 2학년) 내 생각으로는, 어째서 우리나라의 땅인지 질문하고 근거를 찾아야 상대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것이고 질문을 던지는것이 당연했다. 부모님의 태도는 내가 보기에 무척 비합리적으로 보였다.

 

(지금 20대가 된 내 생각으로는, 독도는 일단 실효 점유중인 대한민국의 영토가 맞다. 조선은 돌섬에 불과한 독도에 거의 아무런 관심이 없었으나, 일본 막부는 아예 어디인지조차 모르는 수준이었고, 샌프란시스코 조약 이후 어쨌든 대한민국이 독도를 실효지배중이다. "역사적"으로 근대 이전 독도가 한반도 국가의 영토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일본 영토는 더더욱 아니다.)

 

 

 

광우병 시위 즈음 의경들의 철망과 대나무로 만든 구형 진압복을 플라스틱으로 만든 신형 진압복으로 바꿨을때, 한겨례 신문 1면에서 폭력경찰이라며 비난했던 것도, 드라마 야왕의 여주인공이 여성혐오라며 한겨레 사설을 쓴 페미니스트의 글도 무척이나 비합리적으로 보였다. 

 

 

 

 

 

 

 

중학교 무렵 역사에 관심을 가졌고 이제 더 많은것들이 의아해졌다. 일본제국이 호랑이를 말살시켰다는 주장은, 민족정기를 뿌리뽑기 위해 말뚝을 발랐다는 주장은, 석굴암을 훼손하기 위해 시멘트를 박았다는 주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유언비어에 지나지 않았다. 중학생인 내가 생각하기에 호랑이는 조선사람 수만을 죽인 야만적인 맹수였다. 일본인을 서구인으로 개조하겠다며 돈까스를 만들고 서구남성과 일본 여성을 교배하겠다며 광기를 보였던 일본정부가 난데없이 동양 풍수지리를 숭배하는것도 말이 안됐다. 오사카성을 복원할 때 철근콘크리트로 도배를 하다시피 한 일본이 악의적으로 석굴암을 시멘트로 훼손했다는 것도 비논리적이였다. 이런것들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쪽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파가 아닌 좌파였다.

 

 

몇가지 개인적인 경험이 더해졌고, 이즈음부터 나는 초등학교의 스탠스와 많이 달라졌다. 더이상 일방적으로 민주당측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연평도 포격 이후 천안함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내렸고, 한국의 제 1가상적국은 중국과 북한이며, 일본은 미국이 있는 이상 잠정적인 우군으로 판단했다. 용산참사는 학살이 아닌 이권을 노린 전철연과 경찰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사고였고, 광우병과 미선이효순이 시위에 대한 관점은 싸늘해졌다.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언론은 언제나 편향되었다고 여겼다. 더이상 한겨레는 구독하지 않았다.

대충 이즈음 나는 정치혐오가 약간 있는 중도층이었다. 실제로 사안마다 지지 정당이 달라졌고, 만일 투표에 참여했다면 교차투표를 했을것이다. 그리고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때 20대 총선이 있었다. 그 당시까지 나는 문재인에 대해서 별다른 인상이 없었다. 토론회에서 버벅이다 박근혜한테 패배한 정치인 정도의 인상이었다. 다만 언론 지면에서 지나가듯 본 내용이 있었는데,

 

 

 

이거였다.

 

 

 

 

 

그리고

 

 

 

 

이렇게 되었다.

 

김무성이 옥새를 가지고 부산에서 바닷바람을 쐬었고,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완패했지만,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었던 호남은 국민의 당에게 넘어갔다. 누구 말만따라 호남에서 지지를 거둔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이 어떻게 했는가?

 

 

 

 

 

 

 

 

당당히 대선에 출마했다. 그리고 탄핵심판의 바람을 타고 당선되었다.

 

본인이 한 말을 마른 걸레처럼 내다버린것이다. 반성의 말 한마디 없이. 이때부터 나는 문재인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 지지자 앞에서 내뱉은 말을 어겨버리는 정치인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서울 무상급식 국민투표에서 패배한 오세훈은 사퇴했다. 문재인은 오세훈보다 못한 정치인으로 보였다.

 

 

 

 

 

 

임기 초 탈원전 논란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시민 공론화위원회에서 토론을 한뒤, 시민참여단의 투표결과를 따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토론에서 탈원전 반대파가 이겼고, 시민참여단은 원전건설재개를 결정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이 결정을 존중했는가? 또다시 과거 발언을 부정하면서 온갖 말장난으로 탈원전을 밀어 붙인다. 대체에너지로 태양광이 선정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나는 태양광 업체 상당수가 시민단체나 중국등과 연관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나는 문재인 정부를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으로 보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의사결정을 이렇게 하는 군주는 무능하고 나라를 망국으로 몰아넣은 암군이었다. 더이상 문재인 정권에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았고, 그저 빨리 임기를 마치고 내려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최저임금 인상논란과 부동산 정책을 보며 이 생각은 더더욱 굳어졌다. 레디컬 페미니즘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행보역시 나의 반감을 샀다. 갈등을 팔아 표를 구매하는 얄팍한 수작이 뻔히 보였다. 

 

나는 아마 정부에 대한 내 평가가 바닥을 찍었으며, 더이상 내려갈일이 없을거라 확신했다. 오만이었다.

 

 

 

 

 

 

 

 

 

 

 

 

 

2019년 반일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이시점에서 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한심함이 아닌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민정수석이란 양반이 SNS에 죽창가를 올리고, 여당 대변인과 국회의원들이 토착왜구척결을 외치고, 온 나라가 반일투쟁에 골몰해 친일파타도를 부르짖었다. 모두가 이것이 당연하다 생각했고, 이게 뭐가 문제인지 인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뭐가 문제냐고? 시민들이 인터넷등지에서 "개인적"으로 반일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 치자. 하지만 정부 여당과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이런 분위기에 편승했을 때 역사적으로 어떤일이 벌여졌는가?

 

 

 

 

 

 

 

 

 

 

 

 

보통 이런게 나온다.

 

 

 

나는 섬뜩함을 느꼈다.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역사책에서 봐왔던 파시즘, 전체주의 독재정권의 행보와 정확히 일치했다. 물론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제한적이었기에 정도는 훨씬 덜했으나, 권력을 쥐어준다면 똑같은 행보를 보이리라 확신한다. 이들은 자기확신적이고, 고집불통이고, 현실과 유리되어 있으며 80년대 주체사상 NL 정신을 제대로 버리지 않은 전체주의자들이었다.

 

 

동의를 못하겠다고? 반대로 생각해보자. 일본 자민당 대변인이 조센징을 박멸하자 말하고, 중의원 선거포스터에 재일추방을 주장하고 재특회회장이 정치권에서 우대받는다면 한국인인 당신은 뭐라고 하겠는가? 주저없이 전체주의 또는 파시즘을 들먹이며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정부 여당의 대변인과 국회의원들이 "토착왜구"란 단어를 공식석상에서 언급하고, 족보를 샅샅이 뒤져 친일파 낙인을 찍고, 야당 정치인을 매국노라 부르는 이것이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이는가?

 

이건 전형적인 전체주의 초기현상이다.

 

 

 

식민지배라는 합당한 이유가 있기에 파시즘이 아니라고?

 

유대인을 게토에 집어넣을 때 독일 국민들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고, 당시 유럽 전체에 반유대주의는 만연했다. 유대인은 간악하고 비열한 샤일록같은 기득권층이란것이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문제는 그걸 나치가 적극적으로 이용했으며, 독일 국민들은 그걸 묵인하거나 암묵적으로 지지했다는데에 있다. 결말은 다들 알테고.

 

 

아, 이 정권은 좌파이기에 파시즘이란 비난은 조금 억울할 수 있겠다. 파시즘은 굳이 따지자면 우파잖나.

 

 

조금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유교 사회주의"

 

 

 

딱 적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국 사태가 있었다. 조국과 그 부인 정경심, 심지어 딸 조민까지 언론 헤드라인에 오르락내리락거리고 일가친척이 사이좋게 교도소 정모를 할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그러나 마음의 빛을 지신 최고존엄께서는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밀어 붙였다. 

 

조국의 온갖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고 지지율이 폭락을 하자 정부는 황당한 방안을 내놓는다.

 

 

 

 피의사실 공표금지.

 

박근혜 탄핵 당시 고유라, 최순실을 비난할때 1심 판결이 내려진 상태였는가? 박근혜 탄핵당시 태반주사, 마늘주사에 사생아까지 언급하며 온갖 유언비어를 퍼부었던 좌파쪽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터무니없다 못해 역겨울정도다. 

 

우병우를 재판할때 피의사실이 공표되지 않고 검찰에서 자체조사했다면 우병우가 유죄판결을 받았을까. 권력을 가진 정치인은 여론의 압력 없이 수사기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처럼 정치인이 경찰, 검찰, 법원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며 윤석열을 임명했을때는 언제고, 정말 살아있는 권력인 자신들을 수사하니 곧장 적폐검사라며 비난을 퍼붓는다. 그럼 살아있는 권력이 여당이지. 자한당이겠는가. 돈없어서 직원들 정리해고하는 그 식물정당이 무슨 권력이 있었겠는가.

 

 

 

 

 

여기에 공수처가 더해졌다. 이 한국형 수권법을 밀어붙이는 더민당의 행동은 무척이나 이색적이었는데. 야당이 필리버스터 연설하는게 꼴보기 싫었는지 여당 역시 똑같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훼방을 놓는 기이한 모습을 보여줬다. 테러방지법때 새누리당이 그렇게 했었나. 민식이법 관련 선동 역시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법 자체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분명 나경원은 민식이법등 3법을 먼저 통과시키겠다고 제안했는데, 공수처를 포함해 일괄처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박박 우긴것은 민주당이었다.

 

 

아, 연동형 비례대표제 얻어먹고 공수처법 지지한 정의당, 바른미래당의원 일부도 역겹기는 마찬가지였다. 뭐 그렇게 까지 해놓고 열린민주당으로 뒤통수를 맞았으니 그건 고소했지만.

 

 

여기서 심상정의 명언도 하나 나왔고.

 

 

 

 

 

이 정부는 포퓰리스트고, 사회주의적이고, 특권의식이 강하고, 무능하고, 전문성이 결여되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최악의 정부다. 미래에 떠오를 자유새벽당등 극우파들조차 이렇게까지 무능할까 싶을 정도이다. 문재인이 19세기 유럽에서 이따위로 외교했으면 이미 전쟁 수십번도 더났고, 전국시대 일본 다이묘였으면 멸문했다. 조선국왕이었으면 나라를 결딴냈거나 역성혁명으로 강화도에 유배되었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구 공산권의 민주집중제를 추종하고, 정의를 논하며 권력을 탐하는 위선자들이다. 어떻게든 대항하지 않으면 국운이 기울게 될 것이다. 정치인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는 어려우나 악한 영향력을 끼치기는 무척 쉽다. 이대로는 대한민국은 역사에 기억되는 국가가 될것이다. 안좋은쪽으로.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 문재인 지지자가 있다면 묻겠다. 문재인 정부 3년, 사회가 나아진 것 같은가? 사회 갈등은 몇배로 폭증했고, 경제는 코로나 이전부터 쭉 안좋았다. 외교는 엉망진창이 되었고, 관용과 자유가 사라지고 열광과 갈등만이 살아남아 한국을 갉아먹고 있다. 나아지는 과도기가 아니라 그냥 침체기다. 어떠한 반등의 여지도 보이지 않느다. 이걸 유발한 것은 명백히 현 정권이다. 남들도 똑같이 했다는 자기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정의를 내세우며 집권한 정부가 비슷한 수준의 도덕성을 가진다면 그건 더 못한것이지 비등한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객관적으로 볼 때,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도 더 처참한 도덕성을 보여주는 것이 현 정부이다)

 

 

 

 

 

 

이 정부는 빈부격차를 늘렸고, 성장률을 후퇴시키고, 북한에 지나치게 저자세이며, 출산율 급락으로 수백만의 노인을 안락사의 늪으로 떠밀것이며, 레디컬 페미니즘적인 행보로 극우파 성장의 토양을 만들었다. 장기적으로 그들이 목놓아 부르짖는 민주주의마저 붕괴될 수 있다.

 

의도적인 부동산정책으로 서민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공공의대와 정치노조를 통해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검찰의 금융, 마약관력 조직을 해체해 치안을 파괴했다. 

 

김대중보다 독재적이고, 노무현보다 악의적이고, 이명박보다 부패했으며 박근혜보다 꽉막힌 정부가 현 문재인정부이다.

 

별다른 일이 없는 한 나는 내 인생 최악의 정부로 문재인정부를 기억하게 될 것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제 1야당에 표를 던질 것이다.

 

 

 

 

Posted by 합리적으로 살자
정치/국내정치2020. 9. 3. 22:27

저번글에서는 부족하게나마 민주주의의 정의에 대해 읊어 보았다.

이번에는 민주주의의 적, 고대 그리스의 참주부터 현대의 포퓰리즘에 이르기까지 유래깊은 현상,

자유와 민주주의의 적 "독재"에 대해 정의해보고자 한다.

 

독재(獨裁)

 

 

 

1) 독재란 현상이다. 특정한 정치 체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들어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을 위시한 삼사의 견제에 더해 온갖 유교적 의무를 덕지덕지 진 조선의 국왕과, 대외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현대의 독재국가들(북한, 베네수엘라, 러시아등)을 비교했을때,어느것이 더 독재적이라고 생각되는가?

 

2) 독재는 한 개인, 또는 특정한 집단에 모든 의사결정 권한이 집중되고 그에 반하는 모든것을 배제하는, 제대로 된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절대권력을 뜻한다. 

 

3) 독재는 특정한 정치체제에 종속되는 개념이 아니다. 왕정에서도, 귀족과두제에서도, 공산주의 민주집중제에서도, 현대의 민주주의 모두에서 독재가 일어날 수 있다.

 

3-1) 반대로, 정치체제 자체는 독재적이고 반민주적이지만, 의사결정과정 자체는 민주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위에서 언급한 조선의 정치체제의 경우 국왕이 통치하는 국가이나 온갖 견제장치가 덕지덕지 붙어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3-2) 이는 후대 붕당정치와 세도정치를  거치며 붕괴되고, 조선 멸망의 한 원인이 된다.

 

 

 

4) 최초의 공화정-현대 민주주의의 시초라 불리는-아테네의 민주정은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와 함께 화려하게 꽃피웠으나 끝끝내 참주정, 다수의 시민들에 의한 중우정으로 타락한다.

 

4-1) 첨언하자면, 애초에 아테네등 그리스 폴리스들은 왕정, 귀족정을 거쳐 직접민주주의로 이행했다. 그러나 초기 그리스 민주정은 참주정에 가까웠는데, 공화정 초기에는 귀족들에 맞서 평민들을 대변하는 참주들의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페르시아 전쟁 즈음 시민들의 정치참여와 경제호황으로 진정한 의미의 민주정이 이루어지나, 펠레폰네소스 전쟁과 마케도니아 전쟁이후 그리스 폴리스들이 몰락하자 다시 참주정으로 퇴행한다.

 

4-2) 물론 참주들은 부패한 귀족에 맞서 평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등이 지적했듯이 이들은 자신과 친족들의 축재에만 관심이 있었으며, 국내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외국 용병들에 의존했다.

 

 

5) 이후 로마제정이후 자취를 감춘 공화정은 중세를 지나 근대에 들어서 근대 자유민주주의로 다시 부활하고, 새로운 형태의 참주정, 독재정역시 등장한다.

 

 

 

6) 19~20세기 등장한 근대의 독재정은 명확한 폭력의 형태, 즉 비밀경찰, 쿠데타, 무력테러와 정치깡패 집단등을 동원해 반대파를 탄압한다.

 

6-1) 민주집중제와 프롤레탈리아 독재를 주장한 공산주의 볼세비키들, 권력이 집중을 내세운 이탈리아, 독일, 일본의 파시스트, 제 3세계 국가들에게서 자주 벌어지는 쿠데타를 통한 군부독재등이 예시이다.

 

6-2) 이런 형태의 독재는 구분하기도 쉽고, 눈에 띄는 직접적인 폭력을 동원한다. 때문에 쉽게 반발에 부딫히고, 서구의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이 증명된 현대에 이르러 정당성을 잃고 몰락해가는 정치체제이다. 21세기 제대로된 선거가 치뤄지고,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 이런형태의 독재는 점차 찾아보기 힘들게 될것이다.

 

 

 

 

7) 현대에 이르러 독재자들은 좀더 세련된 방식을 택했는데 이를 포퓰리즘이라 칭한다. 

 

7-1) 현대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포퓰리스트들은 더이상 직접적인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열성적 지지자들, 자신의 광신도들을 대거 동원하여 낮은단계의 폭력을 일상적으로 동원,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고 반대파의 입을 막는다.

 

7-2) 이를 위해 윤리, 사법체계의 파괴, 폭력적 행위의 정당화등의 행위를 일삼는다. 대개 합법의 선에서 이루어지기에 눈치채기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7-3) 지지자들의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은 지지자 집단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척결해야 할 "악의무리"를 지정할 것이다. 적과 아군의 경계선을 극단화한다. 그것은 국적일 수도, 인종일 수도, 성별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은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국민"과 "비국민"을 구분한다.

 

 

7-4) 포퓰리스트들은 언뜻 민주적으로 보일지언정 실상은 다르다. 입으로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치나 누구보다 자신들의 탐욕과 사리사욕에 민감하다.

 

 

7-5) 국민들-정확히는 지지자들-의 의지를 "지나치게" 존중한다. 간접민주정체의 정치인은 선출된 권력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기에 가치있는것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일반 국민들은 다소 비현실적이거나 근시안적인 시각을 보일때가 종종 있는데, 진정성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를 설득하고 개선해야지, 이에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 이런 정치인은 국가나 국민의 이익보다 지지율을 더욱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 경우-민주정은 장점을 잃고 중우정으로 전락한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한 말이 있지 않은가

 

 

"정치가는 국민보다 딱 반보 앞서나가야 한다"

 

 

 

 

 

 

8) 좌우를 막론하고 현대의 포퓰리스트들의 공통점을 짚어보자면

 

 

 

8-1) 표현의 자유를 파괴한다. 이들은 대개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표현을 억압하고 남의 입을 막을 구실을 찾는다. 그게 도덕성이 될수도, 누군가가 불쾌하단 이유가 될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이 정의의 수호자가 되어 적대자의 비판을 억압할 권리를 가지게 의도한다.

 

잊지말자. 표현의 자유는 당신이 가장 혐오하는 자들을 위해 존재한다. 아군의 발언에는 누구나 관대하고, 적의 발언은 누구에게나 불쾌하다. 표현의 자유는 적의 발언에 반박할 기회를 줄 뿐이다.

 

 

 

8-2) "합법적"인 "최대한"의 권한행사. 예를 들어보자. 많은 나라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조직의 인사권을 가진다. 그러나 그것을 함부로 사용하는 국가는 결코 자유민주주의로 남을 수 없다. 합법적으로 이 권한을 무한히 사용한다면 검찰은 장관과 그 장관을 임명한 행정부수반의 시종이 될 뿐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의회와 행정부가 내각 불신임과 의회해산을 남용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남발한다면? 기억하기 바란다. 로마 공화정은 원로원이 "합법적"으로 최종권고를 발호한 그때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8-3) 오만과 독선.

 

헌법은 모호하고, 법률은 해석의 여지가 다분하므로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예를들어 대부분의 헌법에는 자유, 평등 두가지 원칙이 명시되어 있다.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있다.

 

자유란 무엇을 말하는가? 법으로부터의 자유인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인가. 어떤 사람의 자유로운 행동을 누군가는 자유라 칭하지만 누군가는 방종이라 부른다.

 

평등은 더더욱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누군가는 공정한 기회를, 누군가에게는 모든것으로부터의 선택의 자유를, -모든 직업이 동등한 대가를 받고 어떠한 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공산주의자에게는 생산수당의 국유화를 의미한다.

 

무엇이 평등인가? 법은 이것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다.

 

문제는 누군가-포퓰리스트들-가 이것을 독소적으로 해석하여 자신의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삼을 경우이다.

 

우리는 이런 자들을 역사적인 사례로부터 대략적이나마, 구분하고 판단할 수 있다.

 

 

 

 

8-4) 관용의 부재, 갈등의 극대화

 

달리는 기차 위에는 중립이 없다.  갑자기 이 소리가 왜 나오냐?

 

한가지 가정을 해보자. 어떤 사회에서 갈등이 극대화 되었다. 

 

A라는 집단이 B라는 집단을 규정하고 우리나라는 B집단이 A집단을 착취하는 억압된 사회라고 주장한다.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후속조치-적극적 우대정책, 누진적 세금, 복지 정책, 범죄처벌에서의 차등-등을 주장할 것이고, 이는 당연히 B라고 낙인찍힌 개인들에게는 위협이 된다. 당연히 이들 또한 B라는 집단으로 뭉치게 될것이고 그 중간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조금 더 지나면 민주정은 토론을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의 장이 아닌 적대적인 두 집단간의 세력대결, 머릿수를 앞세운 투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여기에서 이기는것은 좀더 합리적인 집단도 더 정의로운 가치도 아니다. (정의라는 개념은 개인적으로 비선호하지만 예시를 들어본다)

 

그냥 더 머릿수가 많고 힘있는 집단이 자신들의 대표자를 집권시킬것이고, 그 대표자는 오로지 자신들의 집단의 이권만을 챙기거나 추후 정치적 보복을 방지하기 위해 권력에 탐닉하고, 친위대를 모으고 민주적 절차를 파괴하러 들것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이들을 "포퓰리스트"라 부른다. 이런 정치를 "포퓰리즘"이라 부르고.

 

 

 

8-5) 민주정의 가치는 합리적 근거를 가진 토론과 의사결정, 선거라는 비폭력적 수단을 통한 갈등의 합리적 해소에 있다.

 

 

포퓰리즘은 정확히 반대로 만든다.

 

 

 

 

 

 

9) 그렇다면 이러한 독재들, 포퓰리즘을 포함한 과거, 현대, 미래의 민주주의의 위협을 막고자 한다면, 현대의 자유민주주의가 미래에도 존속하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주주의와 독재는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개인적인 사견으로 몇가지 적어 보았다.

 

 

9-1) 투표를 한다고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행정, 입법, 사법부가 철저하게 분리되고, 각 정부부처가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개인이 정치 사상과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공적, 문화적으로 최대한 탄압받지 아니하며,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최소한도로 침해할때가 자유민주주의라고 정의된다.

 

9-2) 어떠한 권력자가, 직접적, 간접적으로 검찰, 경찰등 수사권을 통제하고 공무원의 불만을 억누르며 거대 여당이나 정치깡패등 여러 합법적, 비합법적 수단을 통해 마음대로 입법을 할 수 있으며, 법관 임명권과 관영 언론등으로 법원의 판결에도 간접적으로 개입한다면 그건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니다.

 

선거를 하지만, 더이상 우리가 아는 의미의 민주주의는 아닌,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특권 정치계급이 생겨나는 그런 사회다.

 

 

 

9-3) 현대 점차적으로 정치가 종교화되어가는 중이다. 과거 종교는 사회문화적으로 개인의 삶에 깊숙히 개입했고 사실상 현대 정치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다. 합리주의가 널리 퍼진 현대에서는 종교대신 정치가 들어섰고 이는 현대판 광신도, 근본주의자를 대거 양산하고 있다. 우리는 종교전쟁을 통해 광신도의 위험을 알고있다.

 

추상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자기확신에 차 정의를 부르짖는 정치적 광신도를 경계하라.

 

 

9-4) 게슈타포등 비밀경찰이나 직접적인 검열은 현대 트렌드에 맞지않는 구시대적 탄압방식이다.

 

현대 포퓰리즘, 독재자의 트렌드는 소수의 광신도들을 동원하여 인터넷공간, 현실의 문화예술계에서 미리미리 낮은단계의 폭력을 행사함으로서 불만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위력을 행사하여 세를 과시한다.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데에서 나오므로.

 

광신적 지지자들을 대거 동원하여 반대파를 사회문화적으로 말살시키고 제대로 된 의견을 표출하지 못하게 낙인찍는다면 그것은 비민주적이고, 현대적 비밀경찰에 불과하다. 투쟁을 외치며, 악과의 투쟁을 말하고 확신에 차 정의를 부르짖는 정치인을 배제하라.

 

 

9-5) 아주 간단한 구별법이 하나 있다. 자코뱅과 볼세비키, 파시스트등 구시대의 독재자들부터 현대의 포퓰리스트들의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면 이들은 모호한 정의를 내세우고, 자신들과 구분되는 악의집단을 지정한뒤 지지자들을 향해"정의를 위한 투쟁"을 내세운다.

 

상대집단이 선제공격을 가했으므로 다소의 폭력은 용인되며, (그것이 실재이든 조작된 주장이든) 자신들의 도덕적 흠결은 상대방도 똑같이 나쁘므로 무시된다. 강렬한 피해의식과 집단이기주의야말로 이들의 본질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정의의 최전선에 선 용사라고 여기기에 누구보다 오만하며, 일체의 타협을 거부한다. 절대로 사과하지 않으며, 악의 집단과는 대화도, 타협도, 협상 또한 거부한다. 오직 무한한 투쟁과 모호한 정의만이 존재할 뿐.

 

투쟁과 갈등이야말로 이들의 먹잇감이며 지지세력을 모으는 독재자들의 방식이다.

 

반대로 말하면, 사과를 하고, 경쟁자와 타협하고, 잘못된 일을 자신의 책임이라 인정하는 그런 정치인은 독재자일 확률이 낮다.

 

 

9-6)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정치인은 찍지 마라

 

어떤 정치인의 발언은 불쾌할수도, 기분나쁜 말일수도 있다. 다만 그냥 언론기사만 보고 판단하지말고 한번 더 고민해라.국회 의사록도 한번 뒤져보고, 인터넷에 발언 전문도 검색해 보아라.

 

좋은 부모라면, 선생님이라면 절대 아이에게 칭찬만 해주지 않는다. 좋은 친구라면 친구의 단점 또한 지적해 줄것이다.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고 국민에게 쓴소리를 하는 정치인은 꽤 좋은 정치인일 확률이 있다. 물론 그냥 막말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듣기 좋은말만 하는 정치인은 경계해라. 이건 확실하다.

 

일상생활에서 당신에게 아부하고, 당신이 듣고싶어하는 말만 하는자들은 보통 사기꾼이거나 아첨꾼이다. 당신에게 무언가 바라는 것이다.

 

 

9-7) 권력은 분산되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정치인이라도, 그 개인에게 모든것이 집중된다면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 민주정이 독재를 막는 원리는 권력을 분산하고 또 나누어서 그것을 행사하는 과정에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거는 것이다,

 

9-8) 민주정은 원래 답답하다. 이중삼중으로 이루어진 법적 절차와 안전장치를 파고나가다 보면 느리고 비효율적이게 보이기 마련이다. 정의감에 불타는 젊은 지지자라면, 보다 과격한 수단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찾아온다. 비합리적인 반대파를 찍어누르고 권력으로 정의를 실현하고픈 그런 유혹.

 

슬프게도, 사람은 다 똑같고 복수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당신(들)이 그것을 행하는 순간, 상대파 또한 "당신이 끔찍하게 생각하는 정책"을 과격하고 독선적으로 처리할 이유가 생긴다. 보복이 몇차례 오가면 민주정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민주정은 상호 존중과 관용의 체제이다. 

 

 

 

 

 

Posted by 합리적으로 살자